눈에 뭔가 들어왔는데 속도를 줄일 수가 없었어요준비가 부족했어요. 상주 낙동강 자전거길 여름 저녁에 달리다가 갑자기 눈에 뭔가 들어왔어요. 벌레였습니다. 시속 25km로 달리는 상황에서 갑자기 눈이 따갑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핸들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한 손으로 눈 비비면서 간신히 속도를 줄이고 멈췄는데, 그날 이후로 선글라스 없이는 절대 안장에 오르지 않습니다. 사실 선글라스가 그냥 멋으로 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유튜브에서 사이클리스트들이 형광색 선글라스 쓰고 달리는 걸 보면서 장비충 감성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직접 눈에 벌레 들어가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선글라스는 멋이 아니라 눈을 보호하는 안전 장비였어요. 여름 저녁 낙동강 변에는 벌레가 엄청 많아요. 특히 경천섬 구간 지나면서 ..
겨울 첫 라이딩에서 손가락 감각이 사라졌어요준비가 부족했어요. 상주 낙동강 자전거길을 봄 여름 가을 내내 달리다가 처음으로 겨울 라이딩에 도전했는데, 출발할 때는 괜찮았거든요. 근데 상무보 구간 지나면서 손가락 감각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끝마디가 저리더니 20분쯤 지나니까 브레이크 레버를 잡는 감각 자체가 없어졌어요. 급정거 해야 하는 상황에서 손가락이 말을 안 들으면 정말 위험하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그날 쓴 장갑이 문제였어요. 여름용 얇은 사이클링 장갑이었거든요.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 그건 그냥 손에 아무것도 안 낀 거랑 다름없더라고요. 서울에서 컨설팅회사 다닐 때 한강 겨울 라이딩도 몇 번 했는데, 그때는 그냥 버텼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드니까 혈액순환이 달라지는 건..
국도 커브 길에서 덤프트럭이 스치듯 지나간 날후방 레이더 같은 건 과한 장비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상주 국도에서 커브 구간을 돌던 중 덤프트럭이 저를 스치듯 지나친 그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핸들이 흔들릴 만큼 가까웠고, 그날 이후로 후방 레이더 없이는 절대 안장에 오르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뒤를 얼마나 자주 돌아보시나요? 저는 예전에 국도 구간에서 몇 초에 한 번씩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러다 커브에서 균형을 잃은 적도 있었고, 앞에 있던 포트홀을 늦게 발견해서 아찔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뒤를 신경 쓰다 앞이 소홀해지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거예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 IIHS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자동차와의 충돌로 자전거 이용자 1150명 이상이 사망..
처음엔 그냥 생긴 게 마음에 드는 걸 샀어요처음엔 그냥 생긴 게 마음에 드는 걸 샀어요. 퇴직하고 라이딩 입문하면서 헬멧도 장만했는데, 저렴하고 디자인 괜찮은 걸로 골랐습니다. 그런데 상주 여름 뙤약볕 아래서 타다 보니 머리가 타들어가는 듯한 열기에 목 통증까지 왔어요. 통기성이 나쁜 헬멧은 머리에 냄비를 쓰고 타는 것과 다름없더라고요. 그리고 덤프트럭에 치일 뻔한 사고 이후로는 안전 기술을 제대로 따지게 됐습니다. MIPS라는 기술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MIPS란 Multi-directional Impact Protection System의 약자로, 헬멧 내부에 미끄러지는 층이 있어서 충돌 시 회전 충격을 흡수하는 기술입니다. 단순히 충격을 막는 게 아니라 뇌에 가해지는 회전력을 줄여주는 거예요. 덤..
바테잎은 찢어지지 않으면 계속 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바테잎은 찢어지지 않으면 계속 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퇴직하고 상주 낙동강 변을 매일같이 달리면서도 바테잎은 신경을 안 썼는데, 어느 날 장거리 라이딩 후 손목 통증이 심해지고 손바닥이 자꾸 미끄러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때서야 바테잎을 들여다봤더니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표면이 번들거리고 접지력이 떨어져 있었어요. 여름에 흘린 땀이 안쪽까지 스며들어서 염분이랑 노폐물이 쌓인 거더라고요. 핸들바 세척에는 공을 들이면서 정작 손이 가장 오래 머무는 바테잎은 방치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교체 시기는 수치보다 몸이 먼저 알려줬어요. 처음엔 푹신했던 게 딱딱해지면서 지면 진동이 손바닥으로 고스란히 전달될 때, 상주 보도블록 구간 지날 때 손목이 시큰거릴 때, 바..
평페달로 시작해서 클릿으로 넘어온 이유처음엔 평페달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퇴직하고 상주 낙동강 자전거길 달리기 시작했을 때 클릿은 선수들이나 쓰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운동화 신고 평페달로 달려도 충분히 좋았습니다. 경천섬까지 왕복 40km 달리는 데 불편함을 못 느꼈어요. 근데 라이딩 거리가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겼어요. 50km 넘어가면 허벅지 앞쪽, 정확히는 대퇴사두근 쪽이 유독 빨리 지치기 시작했거든요. 같이 타는 라이더한테 물어봤더니 이런 설명을 들었습니다. 평페달은 다운스트로크, 즉 페달을 발로 내리누르는 동작에서만 힘을 쓰게 됩니다. 반면 클릿 페달은 업스트로크 구간에서도 발을 위로 당기는 힘을 활용할 수 있어요. 이 두 동작이 번갈아 이루어지면서 다리 근육이 분산 사용되는 거예요. 장거리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