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생긴 게 마음에 드는 걸 샀어요처음엔 그냥 생긴 게 마음에 드는 걸 샀어요. 퇴직하고 라이딩 입문하면서 헬멧도 장만했는데, 저렴하고 디자인 괜찮은 걸로 골랐습니다. 그런데 상주 여름 뙤약볕 아래서 타다 보니 머리가 타들어가는 듯한 열기에 목 통증까지 왔어요. 통기성이 나쁜 헬멧은 머리에 냄비를 쓰고 타는 것과 다름없더라고요. 그리고 덤프트럭에 치일 뻔한 사고 이후로는 안전 기술을 제대로 따지게 됐습니다. MIPS라는 기술을 그때 처음 알았어요. MIPS란 Multi-directional Impact Protection System의 약자로, 헬멧 내부에 미끄러지는 층이 있어서 충돌 시 회전 충격을 흡수하는 기술입니다. 단순히 충격을 막는 게 아니라 뇌에 가해지는 회전력을 줄여주는 거예요. 덤..
고향이라서 탔는데, 50대 무릎에 진짜 맞는 코스였어요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그냥 고향이라서 탔어요. 퇴직하고 로드바이크 다시 시작했을 때 서울 한강 라이딩도 해봤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자전거도 많고 속도 신경 쓰이고 영 편하지가 않더라고요. 상주는 어릴 때부터 자전거 타던 곳이니까 그냥 익숙해서 갔습니다. 중고등학교 6년을 자전거로 등하교했던 곳이거든요. 근데 타다 보니 이게 50대 무릎에 진짜 맞는 코스구나 싶었어요. 상주 상무보 근처에서 출발해서 경천섬까지 왕복하는 코스를 주로 탑니다. 거리는 40km 안팎이고 경사가 거의 없어요. 낙동강 물줄기 따라 조성된 길이라 오르막이 별로 없습니다. 기어 변속을 크게 안 해도 일정한 케이던스로 달릴 수 있어요.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던 시절에도 이 코스는 탈 ..
아침 굶고 나갔다가 상주 보 구간에서 쓰러질 뻔했어요지방을 태우겠다고 아침을 굶고 나갔어요. 공복 상태에서 운동하면 지방이 더 잘 탄다는 말을 어디서 읽었거든요. 상주 보 구간을 달리는데 처음엔 괜찮았어요. 30분쯤 지나니까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40분쯤 됐을 때 갑자기 현기증이 오고 눈앞이 흐려졌어요. 페달이 더 이상 안 돌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길가에 주저앉았어요. 그게 봉크였습니다. 봉크란 라이딩 중 체내 글리코겐이 완전히 고갈되어 갑자기 극심한 피로와 어지러움이 오는 상태를 말해요. 글리코겐이란 근육과 간에 저장된 탄수화물 에너지원인데, 이게 바닥나면 몸이 더 이상 움직이기 어려워집니다. 마침 가방에 양갱 하나가 있었어요. 그걸 먹고 10분쯤 쉬었더니 겨우 집까지 돌아..
바테잎은 찢어지지 않으면 계속 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바테잎은 찢어지지 않으면 계속 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퇴직하고 상주 낙동강 변을 매일같이 달리면서도 바테잎은 신경을 안 썼는데, 어느 날 장거리 라이딩 후 손목 통증이 심해지고 손바닥이 자꾸 미끄러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때서야 바테잎을 들여다봤더니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표면이 번들거리고 접지력이 떨어져 있었어요. 여름에 흘린 땀이 안쪽까지 스며들어서 염분이랑 노폐물이 쌓인 거더라고요. 핸들바 세척에는 공을 들이면서 정작 손이 가장 오래 머무는 바테잎은 방치하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교체 시기는 수치보다 몸이 먼저 알려줬어요. 처음엔 푹신했던 게 딱딱해지면서 지면 진동이 손바닥으로 고스란히 전달될 때, 상주 보도블록 구간 지날 때 손목이 시큰거릴 때, 바..
평페달로 시작해서 클릿으로 넘어온 이유처음엔 평페달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퇴직하고 상주 낙동강 자전거길 달리기 시작했을 때 클릿은 선수들이나 쓰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운동화 신고 평페달로 달려도 충분히 좋았습니다. 경천섬까지 왕복 40km 달리는 데 불편함을 못 느꼈어요. 근데 라이딩 거리가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겼어요. 50km 넘어가면 허벅지 앞쪽, 정확히는 대퇴사두근 쪽이 유독 빨리 지치기 시작했거든요. 같이 타는 라이더한테 물어봤더니 이런 설명을 들었습니다. 평페달은 다운스트로크, 즉 페달을 발로 내리누르는 동작에서만 힘을 쓰게 됩니다. 반면 클릿 페달은 업스트로크 구간에서도 발을 위로 당기는 힘을 활용할 수 있어요. 이 두 동작이 번갈아 이루어지면서 다리 근육이 분산 사용되는 거예요. 장거리일수..
사고가 가르쳐 준 것, 타이어는 소모품입니다솔직히 말하면 저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 타이어에 신경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잘 굴러가면 되는 거지 뭘 더 확인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내리막 코너에서 바닥을 구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타이어는 자전거에서 노면과 유일하게 닿는 부품이에요. 제동도 코너링도 충격 흡수도 결국 타이어가 얼마나 노면을 잡느냐에서 시작됩니다. 상주에서 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자전거를 탔는데, 그때는 타이어 속 카카스가 드러날 때까지 타는 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카카스란 타이어 고무 안쪽에 짜여 있는 섬유질 층으로, 타이어의 형태를 유지하고 내압을 버티는 뼈대 역할을 합니다. 이 섬유질이 외부로 노출됐다는 건 타이어가 이미 보호 기능을 잃었다는 뜻이에요. 그 버릇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