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하고 다시 자전거를 탄 지 수개월이 지났을 때, 허벅지와 팔뚝에 혈관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운동 열심히 한 결과인지, 아니면 나이 들면서 혈관에 뭔가 이상이 생긴 건지 전혀 몰랐거든요. 주변에 물어봤더니 "좋은 거다", "나이 들면 원래 그렇다" 각자 다른 말만 하는 바람에 직접 찾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혈관 노출, 운동 효과인지 노화인지
제가 처음에 몰랐던 건데, 혈관이 선명해지는 데는 두 가지 원인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운동으로 인한 체지방 감소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피부 탄력 저하가 함께 맞물려 있거든요.
저는 상주 경천대 오르막 구간 같은 강도 높은 코스를 90rpm 케이던스로 꾸준히 돌면서 체지방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케이던스(cadence)란 분당 페달 회전 수를 말하는데, 높은 케이던스를 유지하면 무거운 기어로 꾹꾹 누르는 방식보다 심폐 부하는 줄이면서 칼로리 소모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체지방이 줄면 피부 두께도 얇아져서 그 아래 숨어 있던 혈관이 드러나게 되는 겁니다.
거기다 강도 높은 오르막 주행 중에는 정맥 환류(venous return) 현상이 활발해집니다. 정맥 환류란 다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심장 방향으로 밀어 올리는 작용을 말하는데, 이때 혈류량이 급격히 늘면서 혈관이 일시적으로 부풀어 보이게 됩니다. 8주간의 체계적인 자전거 운동이 성인의 정맥 순환을 유의미하게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Frontiers in Physiology).
솔직히 저는 이게 전부 운동 효과라고 보고 싶었는데, 같은 시기에 나이도 들고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콜라겐이 줄면서 피부 탄력이 떨어지면 혈관이 더 잘 보이게 되는데, 이건 운동 효과와 명확히 분리해서 보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두 요인이 함께 작용한 거라고 받아들이는 게 솔직한 판단입니다.
하지정맥류와 운동 혈관을 구분하는 법
혈관이 선명해진 이후 제가 가장 신경 쓴 건 이게 단순한 혈관 노출인지, 아니면 하지정맥류(varicose vein)로 넘어가고 있는 건지 구분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정맥류란 다리 정맥 안의 단방향 판막이 약해져서 혈액이 역류하고 정맥벽이 늘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상태를 말합니다.
제가 직접 찾아보면서 알게 된 건, 눈으로 봤을 때 단순히 선명하게 보이는 혈관과 꼬이거나 밧줄처럼 굵게 부풀어 오른 혈관은 분명히 다른 상태라는 겁니다. 하지만 초기 하지정맥류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서, 통증이나 부종이 없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라이딩 후 다리를 올려놓으면 운동으로 인한 혈관은 빠르게 가라앉는 반면, 하지정맥류는 다리를 올려놓아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확진에 사용하는 건 도플러 초음파(Doppler ultrasound) 검사입니다. 도플러 초음파란 혈류 방향과 속도를 음파로 분석하는 검사로, 판막 손상 여부를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진단 도구입니다. 표재성 혈전정맥염(superficial thrombophlebitis)이라고 해서 혈관이 만지면 아프고 붉게 변하는 경우에도 초음파 검사가 필요합니다. 표재성 혈전정맥염이란 피부 가까이 있는 정맥에 염증과 혈전이 생기는 상태로, 대개 저절로 낫지만 방치하면 안 되는 케이스입니다.
다리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라이딩 후 쉬어도 가라앉지 않는 무거움이나 욱신거리는 통증이 첫 번째예요. 두 번째는 발목이나 종아리 주변의 부종이나 피부 변색입니다. 세 번째는 만지면 아프고 붉게 달아오른 정맥이에요. 네 번째는 갑작스러운 종아리 열감이나 급성 부종입니다. 이 증상들은 통증이 없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초기 하지정맥류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표재성 혈전정맥염처럼 방치하면 안 되는 케이스도 있거든요. 자가 진단에 오래 머물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가시는 게 맞습니다.
혈관 관리를 위한 라이딩 루틴
직접 겪어보니 혈관 건강은 라이딩 중만이 아니라 라이딩 전후 루틴에서 상당 부분 결정됩니다. 제가 지금 유지하는 루틴을 말씀드리면, 출발 전에 종아리 올리기, 발목 돌리기, 앉아서 다리 뻗기로 워밍업을 하고, 상주 보 구간을 돌고 난 뒤에는 고관절과 허리 스트레칭으로 하체에 쏠린 혈액이 순환되도록 돕습니다.
수분 섭취도 단순한 건강 습관이 아니라 혈관 관리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혈액이 끈적해지면 정맥 내 압력이 높아지고 혈전 위험도 올라가거든요. 상주 맑은 물을 라이딩 중에도 수시로 마시는 게 루틴이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분 섭취와 스트레칭이 혈관 질환을 직접 예방하는 수준의 효과를 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혈관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부담을 줄이는 데는 분명히 기여합니다.
라이딩 방식도 바꿨습니다. 무거운 기어로 꾹꾹 밟는 토크 주행 대신 90rpm 케이던스를 유지하는 쪽이 정맥 내 압력 급등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건 제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지, 임상적으로 검증된 수치는 아닙니다. 심부정맥혈전증(DVT, Deep Vein Thrombosis) 예방을 위해서는 장거리 이동이나 장시간 앉아 있는 상황에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DVT란 다리 깊숙이 있는 정맥에 혈전이 형성되는 상태로, 폐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혈관 질환입니다(출처: 대한혈관외과학회).
운동 후 선명해진 혈관은 대부분 노력의 결과입니다. 저는 이제 그 혈관을 보면서 당황하는 대신, 라이딩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습니다. 단, 통증이나 부종이 동반되거나, 혈관이 불규칙하게 꼬여 있다면 그건 다른 얘기입니다. 자가 진단에 오래 머물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가시는 게 맞습니다. 제 경험이 비슷한 상황에서 고민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혈관 관련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cyclingweekly.com/fitness/visible-veins-a-sign-of-fitness-or-dis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