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저는 사고가 나기 전까지 타이어에 신경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잘 굴러가면 되는 거지, 뭘 더 확인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내리막 코너에서 바닥을 구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타이어는 자전거에서 노면과 유일하게 닿는 부품입니다. 제동도, 코너링도, 충격 흡수도 결국 타이어가 얼마나 노면을 잡느냐에서 시작됩니다.

사고가 가르쳐 준 것, 타이어 마모의 현실
상주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자전거를 탔는데, 그때는 타이어 속 카카스(Carcass)가 드러날 때까지 타는 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여기서 카카스란 타이어 고무 안쪽에 짜여 있는 섬유질 층으로, 타이어의 형태를 유지하고 내압을 버티는 뼈대 역할을 합니다. 이 섬유질이 외부로 노출됐다는 건 타이어가 이미 보호 기능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그 버릇이 로드바이크를 타면서도 이어졌습니다.
사고는 내리막 코너에서 났습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도 아니었는데, 코너를 도는 순간 타이어가 노면을 잡지 못하고 그냥 미끄러졌습니다. 몸이 반응하기도 전에 바닥에 쓸려 있었습니다. 헬멧이 없었으면 어땠을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미캐닉 사장님을 찾아갔더니 타이어를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지셨습니다. "타이어 가운데가 평평하게 깎여서 사각형이 됐는데 왜 이제 오셨냐"는 말이 지금도 귀에 남아 있습니다. 이걸 플랫 현상이라고 합니다. 플랫 현상이란 타이어 접지면 중앙부가 지속적인 하중과 마찰로 평평하게 마모되어 단면이 원형이 아닌 사각형에 가까워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직진할 때는 그럭저럭 굴러가지만, 코너링 시 접지면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그립력이 순간적으로 사라집니다. 제가 넘어진 건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이미 예고된 결과였던 겁니다.
자전거 커뮤니티에 오래 있다 보면 프레임, 구동계, 휠셋 이야기는 넘쳐납니다. 비싼 부품 사는 데는 거침없으면서 타이어는 오래 버티는 게 절약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브레이크를 달아도 타이어가 노면을 잡지 못하면 그 브레이크는 무용지물입니다. 그 당연한 사실을 넘어지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TWI와 사이드월, 교체 시기를 읽는 법
그날 사장님한테 TWI라는 개념을 처음 배웠습니다. TWI(Tread Wear Indicator)란 타이어 마모 한계 표시로, 타이어 접지면이나 옆면에 새겨진 아주 작은 돌기나 구멍이 닳아 사라지는 시점이 교체 시기라는 신호입니다. 컨티넨탈 같은 브랜드 타이어에는 접지면 중앙에 작은 구멍이 두 개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이 점점 얕아지다가 완전히 사라지면 타이어를 갈아야 합니다.
집에 돌아와 돋보기를 들고 확인해봤더니 한쪽 구멍은 이미 형체도 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그 작은 구멍 하나가 교체 신호였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TWI가 없는 타이어를 쓰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럴 때 제가 직접 확인하는 기준이 세 가지 있어요. 먼저 타이어 가운데가 평평하게 깎여 있는지 봅니다. 플랫 현상이 왔다면 코너링이 이미 위험한 상태예요. 두 번째는 사이드월, 타이어 옆면에 가로로 미세한 균열이 생겼는지 확인합니다. 옆면 균열은 고무가 탄성을 잃었다는 신호인데, 이 상태가 심해지면 주행 중 타이어가 갑자기 파열되는 버스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세 번째는 잦은 펑크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펑크가 반복된다면 접지면 고무층이 얇아져서 작은 이물질도 튜브까지 닿는 상태예요.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교체를 미루지 마세요.
타이어 교체 시기를 감각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굴러가니까 괜찮겠지, 아직 두꺼워 보이니까 괜찮겠지. 고무는 겉이 멀쩡해 보여도 탄성이 먼저 죽습니다. 그리고 탄성을 잃은 타이어는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합니다. TWI처럼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데도 그걸 모른 채 감각에만 의존하다 사고 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산악용 타이어를 쓰는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레드가 크고 울퉁불퉁한 MTB 타이어는 튀어나온 트레드 돌기가 지면에 닿는 구조인데, 마모가 심해지면 그 돌기가 평탄해지면서 접지력이 급감합니다. 트레드 돌기의 밑동 부분이 갈라지거나 뜯겨 있다면 교체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전거 사고의 상당수가 노면 조건 변화에 대한 대처 실패에서 비롯됩니다(출처: 도로교통공단). 타이어 상태가 이 대처 능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모된 타이어로 주행하는 건 사고 위험을 스스로 높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타이어와 튜브, 실전 교체 원칙
새 타이어로 바꾸고 상주 들판 옆 도로를 다시 달렸을 때, 노면을 움켜쥐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밀리지 않고 딱 멈췄고, 코너에서 타이어가 노면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그동안 얼마나 위험한 상태로 달렸는지 실감이 났습니다.
타이어와 함께 튜브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튜브레스 타이어도 있지만, 아직은 튜브를 사용하는 클린처(Clincher)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클린처란 타이어 비드가 림에 걸리고 그 안에 별도의 이너튜브를 넣는 구조로, 현재 가장 보편적인 자전거 타이어 방식입니다. 오래된 튜브는 고무가 경화되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터지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정도는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비용은 1~2만원 수준이면 충분합니다.
1,000km 이상 장거리 투어를 계획한다면 출발 전에 타이어와 튜브를 모두 새것으로 갈고 떠나기를 권합니다. 도로 한가운데서 짐을 가득 싣고 펑크난 타이어를 보고 있는 상황은 경험해본 분들은 압니다. 재미있는 추억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짜증입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자전거 관련 안전사고 중 타이어·튜브 결함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됩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초보 라이더일수록 좋은 타이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부족할수록 위험한 상황에서 순간 판단이 늦고, 그 부족한 반응 속도를 타이어의 그립력이 보완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퇴직 후 이 두 바퀴가 제 낙이 됐습니다. 그 낙을 지키려면 타이어만큼은 절대 아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그날 사고 이후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타이어에 돈 아끼는 건 가장 중요한 곳에서 가장 먼저 타협하는 겁니다. 사고 나기 전까지 타이어에 신경 안 쓴 게 그때 제 얘기였는데, 지금은 라이딩 전에 TWI 구멍부터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