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마다 자전거 타러 나가면서 가장 고민되는 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오늘은 어디서 뭘 먹지'입니다. 저도 반포에서 출발하는 그룹라이딩을 자주 하는데, 솔직히 운동보다 식당 정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때가 많습니다. 라이딩 후 땀 흘린 몸으로 맛있는 음식 앞에 앉는 순간, 그게 바로 페달을 밟은 이유 아니겠습니까.
자전거길 따라 만나는 초계국수 명소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가다 보면 초계국숫집이 유독 많이 보입니다. 여기서 초계국수란 차가운 닭육수에 새콤달콤한 과일 식초와 매실청을 섞어 만든 냉국수로, 더운 날씨에 땀 흘린 후 나트륨과 수분을 동시에 보충할 수 있는 음식입니다. 제가 자주 가는 팔당초계국수 본점은 남양주시 팔당리에 있는데, 서울에서 출발하면 암사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이 암사고개가 정말 문제입니다. 세 번의 가파른 경사가 연속으로 나오는데, 자전거인들 사이에서는 '아이유 고개'라고 부릅니다. 가수 아이유의 3단 고음처럼 세 번 힘을 내야 한다는 의미죠. 처음 이 고개를 넘을 땐 정말 힘들었는데, 고개 너머 초계국수 생각하면서 페달 밟으니까 신기하게도 힘이 나더군요. 직접 담근 매실청과 사과 식초로 만든 국물이 정말 별미입니다(출처: 에스콰이어 코리아).
미사리밀빛초계국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기는 달큰한 맛이 깊게 나는 국물에 살얼음을 띄워주는데, 여름철에는 한 그릇 순식간에 비웁니다. 실한 닭가슴살과 백김치, 절인 무를 듬뿍 넣어주고, 자전거 타고 방문하면 만두를 한 개 더 서비스로 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팔당 쪽보다 미사리 쪽을 더 자주 가는데, 거리가 좀 더 가깝고 자전거 주차 공간도 넉넉해서 그룹라이딩 목적지로 딱입니다.
도심 속 업힐 코스와 돈가스의 조합
서울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남북'이라고 부르는 코스가 있습니다. 바로 남산과 북악산입니다. 업힐(uphill)이란 자전거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데, 평지와 달리 심폐 지구력과 다리 근력을 집중적으로 단련할 수 있는 훈련 방식입니다. 저도 체력 키울 때 북악 코스를 자주 탔는데, 팔각정에서 보는 서울 전경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오르게 되더군요.
북악을 내려오면 바로 부암동입니다. 여기서 제가 추천하는 곳이 '부암동돈가스집1979'인데, 이름부터 오래된 집 느낌이 나죠. 왕돈가스를 시키면 정말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업힐로 소진된 글리코겐(glycogen)을 채우기에 딱 좋은 양입니다. 여기서 글리코겐이란 우리 몸의 근육과 간에 저장되는 탄수화물 형태의 에너지원으로, 운동 후 30분 이내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회복이 빠릅니다.
돈가스 자체도 부드럽고 맛있지만, 제가 정말 마음에 드는 건 경양식 돈가스 소스입니다. 카레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데, 일반 돈가스집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 맛입니다. 자전거 타고 방문하면 콜라나 사이다를 서비스로 주는데, 이런 작은 배려가 자전거인들에게는 정말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솔직히 라이딩 끝나고 친구가 "집에 가자"고 하면, 저는 꼭 "부암동 돈가스나 먹고 가자"고 꼬드깁니다.
양평 라이딩의 숨은 보석, 돼지 특수부위
경기도 양평은 서울에서 자전거로 가기 좋은 거리입니다. 왕복 100km 정도 되는데, 하루 라이딩 코스로 적당하죠. 양평 분원리에 있는 '몽실식당'은 제가 몇 번이나 재방문한 곳입니다. 이 집은 돼지의 횡격막을 둥글게 잘라낸 '도래창'을 팝니다. 도래창이란 돼지 특수부위 중 하나로, 1마리당 소량만 나오는 희소부위입니다.
처음 먹었을 때 닭똥집 같은 쫄깃함에 고소한 풍미가 더해진 식감에 정말 놀랐습니다. 300g(약 1.7인분)에 12,000원이면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고기를 주문하면 된장찌개나 김칫국밥을 서비스로 주는데, 저는 김칫국밥을 추천합니다. 양지머리와 남해 멸치로 국물을 냈다고 하는데, 기름진 고기 먹고 나서 깔끔하게 입가심하기 딱 좋습니다(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양평 라이딩 중간에 들르는 '홍가네슈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자전거인들 사이에서는 '만남의 광장'으로 통하는 곳인데, 자전거 주차 공간도 넓고 파라솔 아래서 쉬기 좋습니다. 여름에는 수박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파는데, 라이딩 중간에 당 충전하기에 이만한 게 없습니다. 제 경험상 양평 코스 탈 때는 꼭 이 루트로 가는 게 좋습니다.
라이딩의 진짜 목적, 맛있는 것 먹기
솔직히 말하면 저는 먹기 위해 운동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대 욕구 중에서도 식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친구가 주말에 "자전거 타자"고 연락 오면 귀찮을 때가 있는데, "어디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 말에 바로 넘어갑니다. 어차피 운동 후 30분 이내에 영양분 섭취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도 말하지 않습니까.
여름에는 동아냉면을 자주 갑니다. 서울 사람 중 냉면 좋아하는 사람은 이 집 맛을 알 겁니다. 알싸한 냉면에 만두 한 입이면 정말 끝입니다.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성수동 돼지갈비골목에서 갈비를 먹거나 누룽지 통닭을 먹기도 합니다. 천호 자전거 거리에 가면 '왕짬뽕'이라는 중국집이 있는데, 맛있고 저렴해서 여러 메뉴를 시켜서 골고루 먹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자전거인들의 공통 맛집은 단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한강라면'입니다. 라이딩 후 편의점에서 끓여 먹는 라면은 그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맛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같은 라면도 집에서 먹는 것과 한강변에서 먹는 것은 완전히 다른 맛이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맛집 지도를 그리고 그에 맞춰 라이딩 코스를 정합니다. 오늘은 한식, 내일은 중식, 그다음은 양식 이런 식으로 코스를 짜면 매번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맛따라 길 따라라는 옛말처럼, 좋은 길을 따라가면 맛집이 있고, 맛있는 맛집을 찾아가는 길은 좋은 길일 겁니다. 라이딩 끝났다고 바로 집에 들어가지 마시고, 주변 맛집에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귀가하시기 바랍니다. 먹는 게 남는 거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