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라이딩 후 욕실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갔다가 아내한테 혼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그날 이후로 물 없이 자전거를 닦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방식을 정착시켰습니다. 아파트 거실에서 물 한 바가지 안 쓰고 자전거를 닦는 드라이 클리닝, 직접 써보니 생각보다 꽤 쓸 만했습니다. 단, 만능은 아닙니다.
드라이 클리닝, 어떻게 하는 건가요
워터리스 세정제(Waterless Cleaner)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워터리스 세정제란 물 없이도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제거할 수 있도록 계면활성제와 윤활 성분을 혼합한 세정액입니다. 쉽게 말해 세정제 속 성분이 먼지나 모래 알갱이를 감싸서 표면에서 띄워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프레임에 뿌린 후 거품이 오염물질을 불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이크로파이버 타월로 살포시 걷어내면 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절대 힘줘서 문지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처음에 이걸 몰라서 세정제 뿌리자마자 힘껏 닦았다가 천만 원짜리 콜나고 카본 프레임에 미세한 스크래치를 냈습니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던 기억이 납니다. 카본 프레임은 표면이 클리어코트(Clear Coat)로 마감되어 있는데, 클리어코트란 도장 최외각에 투명하게 입히는 보호막으로 한 번 긁히면 복원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세정제가 충분히 먼지를 불린 다음, 타월을 살살 밀어내듯 닦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드라이 클리닝이 늘 통하지는 않습니다. 낙동강 변 자갈길을 다녀온 날처럼 굵은 모래가 두껍게 붙어 있을 때는 세정제로 불려봤자 타월에 모래 알갱이가 박히면서 오히려 스크래치 위험이 높아집니다. 저는 그런 날은 그냥 욕실을 씁니다. 아내 눈총을 조금 받더라도 프레임을 지키는 게 낫습니다. 가벼운 먼지와 땀 정도의 오염 수준이라면 드라이 클리닝으로 충분하지만, 비를 맞고 왔거나 흙길을 달렸다면 물 세차가 현실적입니다.
어떤 상황에 쓰면 좋은지 직접 써보니 윤곽이 잡혔어요. 맑은 날 아스팔트 위주로 평지 라이딩 하고 온 날 가벼운 먼지 오염이라면 드라이 클리닝으로 충분합니다. 핸들바나 안장 주변에 땀이 묻은 정도도 마찬가지고요. 라이딩 후 10~15분 안에 빠르게 정비하고 싶을 때도 유용해요. 카본 프레임처럼 고압 세척 자체가 부담스러운 소재에도 잘 맞습니다. 반대로 우중 라이딩 직후나 흙과 자갈이 잔뜩 붙은 날은 드라이 클리닝을 권하지 않습니다. 저처럼 식은땀 흘리지 마시고요.
구동계 청소와 윤활, 순서가 틀리면 다시 해야 합니다
자전거 세차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곳이 구동계(Drivetrain)입니다. 구동계란 체인, 체인링, 스프라켓, 디레일러를 포함하는 동력 전달 부품 전체를 가리킵니다. 이 부분은 워터리스 세정제가 아닌 디그리서(Degreaser)를 따로 써야 합니다. 디그리서란 기름때를 화학적으로 용해하는 탈지제로, 구동계에 누적된 오래된 윤활유와 먼지의 혼합물을 녹여내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분무형 디그리서와 헌 칫솔을 씁니다. 체인 뒤편에 종이 박스를 대고 디그리서를 소량 뿌린 다음 칫솔로 체인 마디마디, 스프라켓 틈새를 꼼꼼히 문지릅니다. 바닥에 신문지를 두껍게 깔아두는 건 필수입니다. 작업하다 보면 검은 기름때가 녹아내리는데, 헌 수건으로 체인을 감싸고 페달을 뒤로 돌리면서 닦아내면 은빛 체인이 드러납니다. 퇴직 후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때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디그리서 냄새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환기가 안 되는 날 거실에서 작업했다가 아내한테 두 번 혼났습니다. 지금은 이 작업만 베란다에서 따로 합니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하면 냄새 문제는 해결됩니다.
구동계 세척이 끝났다면 윤활제(Lubricant) 도포가 마지막 단계입니다. 윤활제는 주행 환경에 따라 건식과 습식으로 나뉩니다. 건식 윤활제(Dry Lube)는 왁스 기반으로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이물질이 잘 달라붙지 않아 유리합니다. 습식 윤활제(Wet Lube)는 비가 오거나 노면이 젖어 있을 때 윤활막을 유지하는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체인의 각 링크 안쪽에 한 방울씩 도포한 후 페달을 천천히 돌려 체인 전체에 퍼지게 한 다음, 여분의 윤활제는 헝겊으로 닦아냅니다. 여분을 닦지 않으면 오히려 먼지를 더 잘 잡아당겨 구동계가 빨리 오염됩니다.
자전거 윤활 관리에 대해 영국 사이클링 전문 기관인 British Cycling은 체인 윤활제를 정기적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구동계 마모가 최대 3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British Cycling). 결국 윤활제 하나 제때 챙기는 것이 수십만 원짜리 스프라켓 교체를 막는 가장 저렴한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프레임 보호를 위해 실리콘 기반 광택제를 얇게 펴 바르면 발수 코팅막이 형성되어 다음 라이딩 때 먼지가 덜 달라붙습니다. 자전거 전용 실리콘 광택제 사용 여부는 개인 차이가 있지만, 제 경험상 한 번 발라두면 세차 주기가 확실히 늘어납니다. 거실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는 프레임을 보고 있으면 다음 주말 달릴 길이 머릿속에 절로 그려집니다.
환경 측면에서도 드라이 클리닝 방식은 고압 세척 대비 물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고압 세척기는 물을 상당히 많이 쓰는 반면, 손 세차 방식은 동일한 작업에 10분의 1 수준의 물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아파트라는 공간적 제약에서 출발한 방식이 사실은 환경에도 이로운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드라이 클리닝이 모든 상황의 해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맑은 날 가볍게 다녀온 라이딩 후라면, 낡은 티셔츠 한 장과 세정제 하나로 충분합니다. 아파트라서 자전거를 제대로 못 닦는다고 포기하고 계셨다면, 오늘 저녁 베란다에서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 디그리서 작업할 때는 꼭 환기부터 하세요. 아내의 눈치까지는 제가 책임져 드리지 못합니다.

참고: https://www.efprocycling.com/tips-recipes/minimalist-bike-w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