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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블바이크 타는 친구를 따라나섰다가

     

    작년 가을, 사이클 동호회에서 알게 된 형님이 그래블바이크를 타고 나온 적이 있습니다. 저는 늘 콜나고 로드바이크로 상무보에서 경천섬까지 포장도로만 달려왔는데, 그날은 그 형님을 따라 자전거길 옆 비포장 둑길로 잠깐 들어가 봤습니다.

     

    얼마 못 가서 타이어가 자갈에 미끄러지고 손목까지 덜덜 울리는 느낌에 결국 포기하고 다시 포장도로로 돌아왔습니다. 같은 자전거인데 왜 이렇게 다른 느낌일까 궁금해서 그날 이후로 로드바이크와 그래블바이크의 차이를 제대로 찾아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타이어만 두꺼운 자전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프레임 설계 자체부터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자전거였습니다.

    프레임 지오메트리부터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프레임 설계에 있습니다. 로드바이크는 공기 저항을 줄이고 속도를 내기 위해 낮고 긴 자세를 만들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헤드튜브가 짧고 탑튜브가 길어서, 라이더가 앞으로 숙인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반면 그래블바이크는 비포장길에서의 안정성과 편안함을 우선시합니다. 헤드튜브가 상대적으로 길고 휠베이스도 넉넉해서, 자갈길이나 흙길에서도 흔들림 없이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헤드 각도도 그래블바이크 쪽이 더 눕혀져 있는데, 이 각도 차이가 조향 반응 속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좌우합니다.

     

    로드바이크는 예민하게 방향을 트는 대신, 그래블바이크는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핸들이 갑자기 꺾이지 않도록 여유를 준 것입니다. 제가 그날 비포장길에서 손목이 유난히 아팠던 것도, 로드바이크의 낮은 자세가 노면 충격을 그대로 손과 어깨로 전달했기 때문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타이어 폭이 주행감을 결정한다

     

    타이어도 완전히 다릅니다. 제 콜나고에 끼워진 타이어는 폭이 25밀리미터 정도로 얇은 편이고, 공기압도 80psi 이상으로 꽤 높게 넣습니다. 포장도로에서는 이 얇고 딴딴한 타이어가 노면 저항을 최소화해서 페달링 효율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그래블바이크는 보통 35밀리미터에서 45밀리미터 정도의 넓은 타이어를 쓰고, 공기압도 30~50psi 수준으로 로드바이크보다 훨씬 낮게 유지합니다. 넓고 부드러운 타이어가 자갈이나 흙 위에서 접지력을 높여주고 충격도 흡수해주는 구조입니다.

     

    프레임과 포크 사이 공간, 이른바 타이어 클리어런스도 그래블바이크가 훨씬 넉넉해서 진흙이 튀거나 낀 상태에서도 바퀴가 걸리지 않고 굴러갑니다. 제가 그날 자갈길에서 미끄러졌던 것도 결국 타이어 폭과 공기압이 애초에 비포장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미지: 로드바이크와 그래블바이크 나란히 세워둔 모습, alt="로드바이크 그래블바이크 비교"]

    기어비와 브레이크도 목적이 다르다

     

    기어비 구성도 차이가 있습니다. 로드바이크는 평지와 완만한 오르막 위주로 속도를 내는 데 맞춰져 있어서 기어비 폭이 상대적으로 좁습니다. 그래블바이크는 험한 지형과 급경사를 오르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 낮은 기어비까지 커버하는 넓은 스프라켓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그래블바이크 전용 구동계도 따로 나올 정도로 이 부분이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브레이크 역시 그래블바이크는 대부분 디스크 브레이크를 기본으로 채택하는데, 이는 진흙이나 젖은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제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제 로드바이크는 아직 림브레이크라서, 비 오는 날 브레이킹 반응이 확실히 느리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핸들바 모양도 다른데, 그래블바이크는 드롭바 끝이 바깥으로 벌어진 플레어 형태를 쓰는 경우가 많아서 거친 길에서 핸들을 잡았을 때 상체 안정성이 더 좋아집니다.

     

    구분 로드바이크 그래블바이크
    주행 자세 낮고 공격적 상대적으로 편안함
    타이어 폭 약 23~28mm 약 35~45mm
    주 사용 노면 포장도로 포장도로+비포장길
     

    결국 제가 다니는 길이 답이었다

     

    이렇게 찾아보고 나니, 어느 쪽이 더 좋은 자전거인지가 아니라 어떤 길을 주로 달리는지가 선택의 기준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는 상무보에서 경천섬까지 왕복 40킬로미터를 거의 매일 포장도로로 달리기 때문에, 지금 타는 로드바이크가 여전히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끔 그 형님을 따라 비포장길을 달려보고 싶은 마음도 생겨서, 그래블바이크를 세컨 바이크로 들이는 걸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직접 구입해서 오래 타본 게 아니라서, 실제 소유 후 느낌은 이 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반적으로 알려진 자전거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제조사와 모델에 따라 세부 사양은 다를 수 있습니다. 구매 전에는 전문 매장에서 직접 시승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참고: https://www.canyon.com/ko-kr/blog-content/gravel-vs-road-bikes.html